남겨진 혼자와 고른 혼자
같은 집, 같은 저녁밥, 같은 소파. 두 번의 금요일 저녁은 겉으로 보면 구별이 안 된다.
한 번은 약속이 취소된 저녁이다. 오후 늦게 '정말 미안한데, 오늘 갑자기….'로 시작하는 연락을 받고, 괜찮다고 답한 뒤 일찍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할 일 없이 화면을 넘기다 보면 시간이 이상하게 길다.
다른 한 번은 몇 주 전부터 이날만은 아무 약속도 잡지 않고 혼자 있겠다고 정해 둔 저녁이다.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끝날 무렵의 기분은 꽤 다르다.
두 저녁을 가르는 것은 혼자였는지가 아니라, 그 혼자를 누가 정했는지다.
취소된 약속 뒤의 혼자는 남겨진 것이다. 원래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진 자리라서, 그 시간 내내 빠진 것을 의식하게 된다. 휴대폰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누군가 그 빈자리를 채워 주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고른 혼자는 다르다.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으로 채울지 이미 정해 둔 시간이다. 같은 고요가 한쪽에서는 모자람으로, 다른 쪽에서는 여유로 다가온다.
고른 혼자의 저녁에는 대개 할 일이 하나쯤 들어 있다. 오래 덮어 둔 책의 나머지 절반, 혼자 걸어가 보고 싶던 동네 빵집, 남 앞에서 따라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노래. 대단한 계획은 아니다. 그래도 그 시간은 '사람을 못 만난 시간'이 아니라 '그것을 하는 시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은 쉽게 바뀐다. 혼자 있기로 한 저녁, 단체 대화방에 다른 사람들의 모임 사진이 연달아 올라오면 같은 방의 같은 고요가 갑자기 모자람이 된다. 시간은 그대로인데 이름이 바뀐다. 반대로 취소된 약속 뒤의 저녁이 어느 순간 고른 혼자가 되기도 한다. 화면을 내려놓고 미뤄 둔 영화를 틀기로 마음먹는 순간 같은 것.
어떤 혼자는 이런 이야기로 풀리지 않는다. 혼자인 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그 안에서 마음이 계속 아래로 가라앉는다면, 시간의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풀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럴 때는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보는 것이 다음 걸음이고,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 사이트의 면책 안내에 적어 둔 상담 창구도 있다.
고른 혼자는 사람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로 돌아갈 힘을 조금 아껴 두는 시간이다.
생각해 볼 질문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는 두 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떠오른 일이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인지, 자신에게만 의미 있는 것인지 나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