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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쉼표

문 앞까지 따라온 하루

읽는 시간 약 1분

삐, 삐, 삐, 삐. 도어록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복도에 울리고, 센서등이 한 박자 늦게 켜진다. 몸은 분명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오후 네 시의 회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누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보내려다 만 메일의 둘째 문장이 무엇이었는지가 번호를 누르는 손끝까지 따라와 있다.

끝내지 못한 일은 퇴근 시간을 모른다. 화면을 닫았다고 꺼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처럼 조용히 계속 움직인다. 지하철 안에서는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집에 가까워질수록, 주변이 조용해질수록 그 소리는 오히려 커진다.

문을 열면 다른 목소리가 기다린다. '밥은 먹었어?' 평범한 질문인데 대답이 생각보다 짧게 나간다. 그 짧음은 질문한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 가 있던 주의를 급하게 불러오느라 생기는 마찰이다. 마찰은 대개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람 쪽으로 튄다.

현관문 앞의 몇 걸음은 하루에서 가장 짧고, 가장 애매한 구간이다.

예전에는 출퇴근길이 그 경계를 대신해 주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골목을 돌아 들어오는 동안 사람은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손에 든 화면이 사무실과 거실을 한 줄로 이어 붙인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업무 메신저의 빨간 숫자가 함께 올라온다.

경계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날도 있다. 일을 깔끔하게 끝내고 나온 날, 문을 열자마자 웃음이 먼저 나오는 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이 마지막 숫자 앞에서 잠깐 멈추기도 한다. 그 몇 초 동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본인도 잘 모른다. 마음을 다잡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따라온 것의 얼굴을 한번 확인하는 쪽이다.

그것을 안으로 들일지는 그날그날 다르다. 어떤 날은 회의실의 표정 하나가 저녁상까지 따라 들어와 앉고, 어떤 날은 신발을 벗는 사이에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생각해 볼 질문

오늘 집 안까지 따라 들어온 것은 무엇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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