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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한 문장

어젯밤의 내가 쓴 할 일 목록

읽는 시간 약 2분

할 일 목록은 어젯밤의 낙관주의자가 오늘의 나에게 넘긴 결재 서류예요.

어젯밤의 나는 꽤 대범한 사람이에요. 씻고 나와 소파에 앉으면 내일이 유난히 넉넉해 보이고, 미뤄 둔 일도 한 번에 해치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목록에 열 줄이 적혀요.

아침에 그 목록을 다시 보면, 어젯밤의 내가 몰랐던 게 보여요.

  • 9시 반에 회의 하나가 새로 잡혔다는 것
  • 퇴근길에 가족 대신 약국에 들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새벽에 두 번 깨는 바람에 머리는 반쯤만 켜져 있어요.

목록은 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쓴 계획이에요. 그러니 그대로 따르기 전에 한 번 검토하는 편이 공정해요. 서류를 올린 사람이 어젯밤의 나라면, 오늘 아침의 나는 결재권자인 셈이죠.

한 줄은 일부러 지우기

검토라고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목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오늘 하지 않을 일 하나에 줄을 긋는 걸로 충분해요. 기준은 하나예요. 오늘 안 하면 누군가 실제로 곤란해지는가.

생각보다 많은 항목이 이 질문에서 걸러져요. '서랍 정리', '읽다 만 보고서 마저 읽기'처럼 마음에 걸려서 일단 적어 둔 일들이 대개 그래요.

반대로 사소해 보여도 남이 기다리는 일은 남겨 두세요. 동료가 내 확인을 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서류 한 장, 가족이 오늘 저녁에 써야 하는 물건 하나 같은 것들이요. 항목의 크기 말고 '누가 내 다음을 기다리나'를 보면, 지울 줄과 남길 줄이 금방 갈려요.

줄 그은 항목은 버리지 말고 목록 맨 아래 '보류' 칸으로 옮겨 두세요. 사라진 게 아니라 자리만 옮긴 거라 마음이 덜 불편해요. 저녁에 '또 못 했다'로 남는 일과 아침에 '오늘은 안 한다'고 정한 일은, 다음 날 같은 줄을 다시 볼 때 기분이 꽤 달라요.

보류 칸에 일주일 넘게 머무는 항목이 생기면 그때 한 번 물어볼 만해요. 이건 해야 하는 일일까, 하고 싶었던 일일까, 아니면 적어 두기만 해도 안심되던 일일까.

덤도 있어요. 며칠 이렇게 지우다 보면 저녁에 목록을 쓸 때부터 손이 조금 신중해져요. 다음 날 아침의 결재권자가 줄을 그을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집을 나서기 전 1분

목록에서 한 줄 지우기

  1. 어제 쓴 목록을 끝까지 읽고, '오늘 안 하면 누가 실제로 곤란해지나'로 따져 하지 않을 일 하나를 맨 아래 '보류' 칸으로 옮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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